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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오늘은 엄마가 눈을 떴다. 아주 작은 실눈을. 그리고 금방 감았다. "엄마 또 떠 봐!" 엄마는 한동안 눈을 뜨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떴다. 그런데 면회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엄마는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본다. 면회시간은 끝이 나서 나와야 하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걸음을 한 걸음 옮겼다가 다시 엄마 곁으로 갔다. "엄마 잘했어. 힘내고 있어. 내일 또 올게." 그렇게 몇 번을 하고 나서야 나는 발걸음을 옮겨 내려왔다. 면회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그곳에서 얼굴만 아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하다가 말한다. "난 기적이 있다는 걸 알아요. 우리 사촌 중에 결혼하고 얼마 안 되서 뇌진탕에 걸려 식물인간이 된 사람이 있는데, 14년을 식물인간 상태로 있다가 얼마 전에 깨어났어..
지금 이 세상 어디에선가 우는 사람은, 까닭없이 이 세상에서 우는 사람은 내가 슬퍼 울고 있다. 지금 이 밤 어디에선가 웃는 사람은, 까닭없이 이 밤에 웃는 사람은 나를 비웃고 있다. 지금 이 세상 어디에선가 가고 있는 사람은, 까닭없이 이 세상에서 가고 있는 사람은 나를 향해 걷고 있다. 지금 이 세상 어디에선가 죽어가는 사람은, 까닭없이 이 세상에서 죽어가는 사람은 나를 보고 있다.
인생에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엄마는 가장 피하고 싶은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를 당면하고 있다. 그래서 난 옆에서 엄마가 좌절하지 않도록 힘을 줄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한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 있다면 우리 엄마는 더 열심을 냈을 텐데, 나는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 엄마가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어떤 치료를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내가 의학적 지식이 없다 보니,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 막막하다. '번역을 의학 쪽으로 했어야 하나?' 하는 후회가 급 밀려온다. 건축학과 기계 쪽 논문을 주로 번역해서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판단을 내릴 때 너무 힘이 든다. 내가 아는 분 중에 대한민국 최고라고 할 만한 분들이 내가 판단하기에 두 분 정도 된다. 그분들과 15년 이상을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