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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

ideabooster 2023. 12. 18. 17:12

오늘은 엄마가 눈을 떴다. 아주 작은 실눈을. 그리고 금방 감았다.
"엄마 또 떠 봐!"
엄마는 한동안 눈을 뜨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떴다. 
그런데 면회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엄마는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본다. 
면회시간은 끝이 나서 나와야 하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걸음을 한 걸음 옮겼다가 다시 엄마 곁으로 갔다. 
"엄마 잘했어. 힘내고 있어. 내일 또 올게." 
그렇게 몇 번을 하고 나서야 나는 발걸음을 옮겨 내려왔다. 
 
면회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그곳에서 얼굴만 아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하다가 말한다. 
"난 기적이 있다는 걸 알아요. 우리 사촌 중에 결혼하고 얼마 안 되서 뇌진탕에 걸려 식물인간이 된 사람이 있는데, 14년을 식물인간 상태로 있다가 얼마 전에 깨어났어요." 
 
내가 기적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는데 먼저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 고마웠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저도 기적을 믿어요."
 
아! 그리고 세브란스에는 그런 의사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엄마 같은 병실에 다른 주치의 선생님이 엄마의 주치의 였으면 바랐다. 그 분이 누군지 정확히는 모른다. 회진을 하며 그분이 환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가림막 너머로 들렸다.
"제가 ct를 찍기 전에 A라고 생각했었는데, ct결과는 B네요. 퇴원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생각했었다.  
'저 분이 우리 엄마 주치의였으면!'
 

 

아! 지금 생각이 났다. 어제 엄마의 손을 쥐고 있는데 엄마의 손이 내 손을 쥐었다가 금새 펴졌다. 아주 살짝이었지만, 나는 느꼈다.그렇게 엄마가 조금씩 회복되어 가고 있다. 나의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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