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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어제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을 한 후 엄마를 보러 가는 일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엄마의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 내가 심각하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어서.... 오늘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엄마의 욕창에 대해서 물었더니 그것도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 엄마는 나의 근본이자 뿌리이다. 그 근본과 뿌리가 죽어가는 것을 지키는 것... 그 보다 가치 있는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매일 힘이 들어도 간다. 정말 힘이 든 날이 있다. 그때, 나는 나에게 말한다. "엄마니까 하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렇게 못할 것 같아." =================== 큰언니가 왔다. 또 엄마 앞에서 운다. 그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아니기를..
아침부터 시끄럽게 대설주의보 안전문자가 왔다. 지난 번에 왔던 미끄러웠던 경험 때문에 등산화를 신고 우산을 들고 나갔다. 엥? 분명 대설주의보였는데.... 눈이라고 하기에는 무색한 그 무언가가 하늘에서 흩날렸다. 안전문자를 보낸 기관에서는 무엇을 보고 그렇게 판단했을까?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각오를 하고 갔을 텐데.... 하다가 그래도 길이 나쁘지 않아서 예상이 빗나가서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 엄마를 보고 돌아오는 길... 염증수치가 조금 낮아졌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과 실제적인 것의 차이. 숫자로 밖에는 엄마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차라리 앓는 소리를 하거나, 기침을 하거나.... 겉으로 보이는 징후가 전혀 없다. 때로는 죽은 사람과..
아침에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새로운 책을 빌리려고 평소보다 일찍 출발했다. 집에서 나가 도서관으로 가자, 정기휴일이라는 표지판이! '아차! 월요일은 정기휴일이었지.' 책을 반납기에 반납하고, 시간적으로 조금 더 여유있어서 시장쪽으로 향했다. 장날이었다. 일산에는 장이 열린다. 5일마다 한 번씩 아침에는 날씨가 추워서 장사도 별로 없었는데 집으로 오는 길... 조금 따뜻해져서 사람들이 북적인다. 평소에는 아파트 숲밖에 없어서 지루한데 알록달록 계속 바뀌는 모습에 오가는 길이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다. 지나가는데 어떤 사람이 콩나물 천 원어치를 산다. 아줌마가 바구니에 담긴 것을 비닐에 담더니 한 주먹을 더 담아준다. 시장에는 여전히 덤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비닐을 건네 받고 천 원을 건네니 ..
어젯밤에 눈이 왔다. 눈이 녹기는 했지만, 여기저기 눈길이. 날씨가 어제보다 추웠다. 까치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았다. 또 한 마리의 까치가 또다른 나뭇가지에 앉았다. 바람이 불었다. 나뭇잎 사이에 숨어있던 눈가루가 흩날렸다. 미끄러운 길이 나왔다. 넘어질까 봐 한 발 한 발 조심조심... 그때, 꼬끼오 닭이 울었다. 땅에서 밥을 먹던 참새들이 놀라서 후다닥 지붕 위로 날아오른다. 어! 빙판이다. 한 발로 먼저 문질문질. 괜찮겠어. 조금 더 천천히 가면 문제 없어. 또 다시 한~발~한~발. 휴~ 안 넘어졌다. 어! 이러다 늦겠어. 빨리 서둘러! 그렇게... 나는 또 병원에 갔다. ================= 병원에 가서 면회시간을 기다리면, 안쪽에서 의료진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말.... 똑같은 말을 했다.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다. 경험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는 순간, 똑같은 말이 서로 다르게 해석되었다. 너무나도 다른 반응이어서 처음에는 당혹스러웠고, 그다음에는 그 사람을 헤아려보았다.
요근래 엄마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다. 무거워서 떠지지 않는 눈꺼풀... 점점 말라가는 몸... 높아져만 가는 염증수치... 엄마를 보면 마음이 무너져내린다. 옆에서 손을 잡아주는 것밖에 다른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서 답답하다. 그제 요양재활병원에 전화를 하면서 느낀 건, 엄마가 스텐트 시술을 하기 전에 그 병원으로 옮겼어야 했다는 것이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일이 터지고 나서 대응하는 일뿐이다. 그런데 그 대응하는 과정에서 예방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방법을 알게 된다. 혹시라도... 기운이 없는 부모님이 병원에 가야 한다면 대학병원이 아닌 재활병원으로 가기를... 대학병원은 급성기 환자들을 위한 병원 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급성기 환자란 수술을 요하는 환자라는 뜻인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