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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사람은 누구나 살고 싶은 곳이 있는 것 같다. 카페 사장님은 라틴 아메리카가 좋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난 어디에서 살고 싶은가? 두 곳으로 압축되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미국이다. 제일 살고 곳은 미국 서부의 한 도시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공항문을 나서던 순간의 기분을 잊지 못한다. '세상에 천국이 있으면 여기가 아닐까?' 너무 순식간에 내 입에서 나온 말이라서 나는 그 이유가 무엇일까 찾았다. 나한테 꼭 맞는 온도. 그리고 그 나른한 서부의 햇살....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곳이 내 기억에 깊이 각인된 이유는 자연환경 때문이다. 그곳에서 봤던 일출이 잊히지 않는다. 매일 같이 뜨는 해고 이곳에도 해가 뜨지만, 그곳에서 봤던 일출은 압도적이었다. 그 일출을 본 것은 '이곳에 일출이..
카페.... 어제는 여자 사장님이 없어서 조금 불편했는데, 오늘은 여자 사장님이 계셔서 마음이 편했다. 며칠 전에 "매일 올게요"라는 말에 내가 오는 시간을 기억하시고 그 시간 전에 문을 여시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다. 내가 아니었으면 조금 더 자유로우셨을 텐데. 어제도 나 때문에 가게 문을 여신 것 같아서 미안하고 고마웠다.... ㅠ.ㅠ 그런데 그 사장님의 고객 응대를 보고 있노라면, 어르신들에게 어찌나 밝고 상냥한지. 언제나 웃는 얼굴로 대답하시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은 내 기분을 즐겁게 해주시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에 감동했다. 그냥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지 않은가.... 사람은 어렸다가 늙어가는 게 아닌가? 어린 사람은 쓸모 있어서 소중하고, 노인은 쓸모 없어서 소중하지 않다는 논리는 모순이 ..
시인 엘리자베스 비숍이 이렇게 썼죠. "상실의 기술은 어렵지 않다. 모든 것의 의도가 상실에 있으니, 그것들을 잃는대도 재앙은 아니다." 전 시인이 아니라 조발성 알츠하이머 환자이지만 매일 상실의 기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내 태도를 상실하고 목표를 상실하고 잠을 상실하지만 기억을 가장 많이 상실하죠 전 평생 기억을 쌓아 왔습니다. 그것들이 제게 가장 큰 재산이 되었죠. 남편을 처음 만난 그날 밤 저의 첫 책을 손에 들었을 때 아이를 가졌을 때 친구를 사귀었을 때 세계 여행을 했을 때 제가 평생 쌓아 온 기억과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것들이 이제 모두 사라져 갑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지옥 같은 고통입니다. 점점 더 심해지죠. 한때 우리의 모습에서 멀어진 우린 우스꽝스럽습니다. 우리의 이상한 행동과 더듬거..
오늘 아침에는 손가락이 조금씩 여러 번 움직였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오늘 오후에는 별 반응이 없었다. 그래도 다른 것들에 별 문제가 없어서 감사했다. 면회가 끝나고 나올 때 기분이 더 먹먹해지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늘아!"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강아지 한 마리가 도로 위를 질주해서 앞으로 뛰어갔다. 나는 하늘이가 뛰어가는 방향을 보았다. 하늘이가 뛰어가고 있는 방향으로 차들이 오고 있었다. "어어어!" 걱정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가 나왔다. 주인인 것 같아 보이는 아저씨가 하늘이를 애타게 부르며 쫓아갔다. 차들이 그 강아지 때문에 멈춰 서서 길을 건널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앞으로 마구 뛰어가던 하늘이가 뒤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