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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다리는 시간

ideabooster 2023. 12. 26. 17:28

사진: Unsplash 의 Dan Asaki

 
카페.... 어제는 여자 사장님이 없어서 조금 불편했는데, 오늘은 여자 사장님이 계셔서 마음이 편했다. 며칠 전에 "매일 올게요"라는 말에 내가 오는 시간을 기억하시고 그 시간 전에 문을 여시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다. 내가 아니었으면 조금 더 자유로우셨을 텐데. 어제도 나 때문에 가게 문을 여신 것 같아서 미안하고 고마웠다.... ㅠ.ㅠ 
 
그런데 그 사장님의 고객 응대를 보고 있노라면, 어르신들에게 어찌나 밝고 상냥한지. 언제나 웃는 얼굴로 대답하시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은 내 기분을 즐겁게 해주시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에 감동했다. 그냥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지 않은가.... 사람은 어렸다가 늙어가는 게 아닌가? 어린 사람은 쓸모 있어서 소중하고, 노인은 쓸모 없어서 소중하지 않다는 논리는 모순이 아닐까?  사회적 시선이 변화되지 않으면 노인이 쓸모없는 짐덩어리로 전락하고 효용성이나 편익의 측면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 
 
암튼, 그 사장님이 내 첫인상을 말해주었다. 내가 그날 엄마 서류를 들고 그 카페에 들어갔고 책 한 권을 다 읽는 모습을 보고, 아침에 서류 뭉치를 들고 오는 사람은 공무원일 가능성과 서류 봉투에 책을 본다는 것에서 작가가 아닐까라고 유추했다고 한다. 아직 작가는 아니라 번역가이자 작가가 되려고 준비중인 지망생이라고 했다. 그분의 인생사도 듣고, 사람에게는 누구나 사연 하나 쯤은 있는 거고.... 그래서 마음이 아팠는데, 그 이야기를 덤덤하게 하시는 모습에 어른스러움이 느껴졌다.  
 
엄마가 발과 다리를 움직이는 일이 잦아졌다. 오늘 아침엔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또렸했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라서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마를 매일 볼 수 있어서 좋다. 깨어나고 일어나면 좋겠는데.... 하는 말을 속으로 매일 매순간  하는 것 같다.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라서 병원 근처에서 밥을 해결한다. 오늘 김밥집 사장님이 사정상 문을 닫으셨다. 아픈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아픈 사람을 보면 그냥 눈물이 난다. 근처 족발집에 점심특선이 있길래 문을 살짝 열고 조용히 물었다. "사장님, 보쌈 정식 되나요?" 사장님은 시간이 지났다며 갈치조림밖에 안 된다고 하셨다. 그거라도 좋다고 했다. 잠시 후 완성된 갈치조림과 반찬들이 식탁 위에 차려졌다. 사장님이 묵은지를 주시겠다고 하셨다. 나는 반찬을 많이 먹지 않고 갈치조림 양도 많아서 됐다고 했다. 갈치조림이 엄마가 해준 것 만큼.... 아니 엄마가 해준 것보다 조금 더 맛있었다. 엄마 미안... 엄마 없는 애들은 밥도 잘 못 먹고 다니는 걸 아신 건지 맛있게 해주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 중학생이 휴대폰에 대고 말한다. "엄마, 나 보여? 나 집으로 가고 있어." 그 중학생이 어찌나 부럽던지.... 요즘엔 엄마랑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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