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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순수

ideabooster 2024. 1. 4. 07:33
사진: Unsplash 의 Iryna Marienko

 
나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보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에 순수함이 중요하다는 것도. 
 
IMF의 공포... 환율이 2000원인 그 시절... 
미국에서 공부했다. 
우리 집이 잘 살아서?
Nope! 
 
학비는 엄마가 마련해 주었지만 고모집에서 함께 살았다. 
 
20년도 더 전에 봤던 그 고모... 
스케넥터디 공항에 처음 내렸던 기억이 난다. 
미국이라는 땅에 처음 발을 디뎠는데, 
'혹시 못 알아보면 어쩌나?' 
걱정했다. 
기우였다. 
한눈에 알아봤다. 
내 고모를... 
 
교회에 갔다. 
사람들이 날 보고 "고 집사님 조카분이죠?"라고 물었다. 
유전자의 힘을 경험하던 순간이었다. 
 
그때 우리 고모도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다. 
2층 타운하우스 방 세 개. 
가족들이 쓰기에도 부족한 공간이었다. 
 
그런데도 고모는 날 정성껏 보살펴주시고,
내가 있는 동안 정성스럽게 밥을 해주었다. 
어느 날 고모부가 볼멘소리로 푸념을 하셨다. 
"나한테는 밥 한 번 안 해주더니, 
자기 조카가 오니까 한 번도 쉬지 않고 밥을 해주네." 
 
내가 있을 때 고모의 가게가 잘 돼서 
고모부는 나에게 한국에 가지 말라고 했다. 
학비를 대줄테니 미국에서 공부를 계속하는 게 어떻냐고. 
 
난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나에게 그런 존재이다. 
 
내가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 오빠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리 고모네가 아주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갔다고. 
 
나중에 알고보니 그 집이 GE부사장이 살았던 집이란다. 
4헥타르... 나의 기준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이 큰 집이었다. 
 
그곳에는 토끼와 노루들이 출몰하고 처음 보는 새들이 놀다 간다.  
이름도 모르는 꽃과 나무들.
봄이 오면 꽃이 만발한다.
꽃송이가 너무 커서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나뭇가지가 축 쳐지기도 한다. 
부엌 창문으로 보이는 목련 나무는 키가 너무 커서 꼭대기를 보려면 고개를 뒤로 젖혀야 한다.   
봄이 되면 진입로를 따라 수선화가 핀다. 
처음에는 뽁, 뽁, 뽁, 그러다가 어느 날 나가보면 뽁뽁뽁뽁뽁.... 
정말 질리도록 많이 핀다. 
 
그리고 내가 있던 그때 그토록 가지고 싶어 하던 아들을 임신해 그다음 해에 낳았다. 
 
고모가 나에게 무언가 기대를 하고 잘해준 것은 아니었다.  
알고 봤더니 고모는 아빠에게 받은 은혜를 갚은 것이었다.
내가 받은 은혜는 하나님이 나를 대신해 갚아주셨다고 생각한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그건 제비 고쳐준 이야기가 아니냐고?
흥부가 제비도 그렇게 고쳐줄 정도면
사람한테 어떻게 대했을 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성경에 롯이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그로 인해 소돔과 고모라 성에서 구원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가 만나는 인연 중에 천사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한테 함부로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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